북한의 김정일, 김정은 부자가 움직이면 다들 난리입니다.


특히 이들 부자에 대한 일본 언론의 관심은 장난이 아니죠. 가끔 '난리 브루스'를 떠는 정도가 과해 오보를 남발하지만. 




최근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들은 종횡무진이었다고 합니다. 중국 신화통신이 일본 기자들의 집요한 취재열기를 보도했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 온 신경이 집중됐던 그날, 일이 터졌습니다. 김정일을 태운 특별열차가 지린성 투먼을 통과했다는 소식을 접한 일본 한 방송사의 중국 주재 국장은 곧바로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모든 시스템을 김정일 방중 보도로 돌렸습니다. 김정일이 들를 만한 창춘, 하얼빈, 상하이, 양저우에 기자를 파견했고 서울, 방콕에도 지원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김정일 방중 때) 매번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습니다. 구체적인 액수는 말할 수 없지만.”


현장에 도착해도 영상을 담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하지만 이 방송은 다행히도 양저우에서 김정일이 슈퍼마켓을 돌아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작년 5월 김정일 방중 때에는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단둥역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했다고 하네요. "왔다. 왔다."  김정일을 태운 특별열차가 단둥역에 들어오던 순간, 기자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외치며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은 곧바로 도쿄 본사로 보내졌습니다. 이때 이 매체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김정일 방중'을 보도한 언론이 됐습니다.


알고 보니 당시 이 방송사 기자들은 김정일 방중 6개월 전부터 북한과 중국을 잇는 다리가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 진을 쳐 24시간 지켜봤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정일이 중국에 들어오기 전날, 호텔 측은 숙박객 전원을 내쫓았습니다. 그래도 기자들은 포기하지 않고 근처 호텔에 방을 잡고 김정일의 방중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순간을 포착한 기자는 회사에서 상을 받고 방송사 측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다들 김정일이나 그의 아들의 동태를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까요.


일본 언론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김정남을 비롯한 김정일 아들의 사진 한 장, 인터뷰 한 꼭지에 유독 집착이 강합니다. '돈'이 되기 때문이지요. 시청률 상승은 물론이요, 가판대에 놓인 신문이 불티나게 팔립니다.


북한의 미사일은 늘 일본 열도를 향하고 있기에, 예나 지금이나 북한의 권력 지형 판도 변화는 일본의 미래와 직결되기에 북한 권력의 움직임은 한순간도 놓치면 안된다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공식적인 정보는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셈이죠.


김현희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취재열기만 봐도 일본 언론의 대북 관심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김정일 방중 때 ‘북한 황태자의 첫 단독 중국 방문’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는 외신도 인용했으니 전 세계적인 오보가 됐습니다. 석간은 김정은 방중을 1면 머리기사로 내보냈습니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이 확인될 때까지 오보는 9시간 가까이 계속됐습니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 언론은 "리비아 파견 정보원의 노출 사건이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파동 같은 일"을 언급하며 정보기관의 정보 수집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평소 일본 언론은 남들보다 빨리 보도해야 한다는 본능을 훤히 내보입니다. 주요 판결이 있는 날엔 법원 앞에 조그마한 간이 스튜디오를 만들어 놓고, 판결이 나는 순간 여러 명의 기자들이 타사보다 빨리 보도하기 위해 건물 안에서 앞다퉈 달려나오는 광경을 연출합니다. 가속도를 이기지 못해 카메라 코앞에서 쓰러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자세로 숨을 헐떡이며 판결 결과만 짧게 보도합니다. 기자의 생명은 속도에 달렸다는 걸 몸바쳐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특히 북한과 관련된 '특종'은 파급력이 크니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욕심내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1994년 산케이신문의 김정일 ‘피격설’ 보도처럼 늘 ‘오보’라는 치명타를 감수해야 합니다.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함께 후계자설이 확산될 무렵, 일본 언론이 김정은의 ‘진짜 모습’을 보도할 땐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여러 오보가 있지만 그래도 기억에 오래 남을 사건이 있었죠. 아사히TV가 김정일의 3남 김정은(당시엔 김정운이라 했음)의 "최근 사진을 확보해 특종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사진 속 인물은 북한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었습니다.


사건이 터지고 정작 본인은 일상생활이 엉망진창이었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일본 방송국과 큰돈을 받고 합의했다’는 거짓 소문을 듣고 연락이 끊겼던 지인에게조차 전화가 걸려왔다고 하네요.



아래는 당시 주인공을 인터뷰한 '레이디경향'의 기사입니다. 언론의 '특종' 경쟁이 야기한 인권침해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습니다. 졸지에 북한 후계자가 됐던 그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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