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유사시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직접 자위대가 나서 한국의 내부를 통과해 행동할 수 있는 룰은 정해져 있지 않다. 만일의 경우 구출활동에 나설수 있도록 일·한 사이의 결정 사항도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지금 몇 가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 북에 있는 납치피해자를 어떻게 해서 구출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일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안그래도 연평도 사태 잔영이 가시지 않은 한반도에 일본 총리가 자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해 뒷골 땅기게 한다.  


파장이 커지자 일본 정부 대변인격인 관방장관이 나서 “(자위대 파견은) 검토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독도 영유권 주장 여부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던 2010년판 일본 방위백서를 들춰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정부는 한반도를 포함한 외국에서 긴급사태가 발생시 자위대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는 방위백서의 <자위대의 운용> 제2절 ‘새로운 위협과 다양한 사태에 대한 실효적 대응’ <기타 대응- 재외국민 등의 수송태세의 정비>에 잘 드러나 있다. 




내용은 이렇다.

방위상은 외국에서의 재해, 소요 등 긴급사태 때 외상의 요청이 있으면 협의 후 재외 국민을 수송할 수 있다. 자위대가 파견 대상국의 공항, 항만 등에서 재외공관으로부터 재외국민을 인계받아 항공기, 선박까지 안전하게 유도한다. 이를 위해 육상자위대는 헬리콥터와 유도부대 요원을, 해상자위대는 수송함을 비롯한 함정과 항공부대를, 항공자위대는 수송기 부대와 파견요원을 각각 지정하는 등 대기태세를 유지한다.

재외국민 등의 수송은 육·해·공이 긴밀히 연대해 이뤄지며 통합조정을 위해 수송기와 수송함 등을 이용한 통합훈련을 하고 있다. 또한 방위성은 매년 태국서 열리는 다국간공동훈련 ‘코브라 골드’ 재외국민 등 수송훈련에서 현지 일본인 및 일본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외무성과의 연대와 해외에서의 자위대 활동요령 숙달을 강화해 임무수행 능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

재외국민 등의 수송은 2007년 1월 본래임무로 지정됐다.


언제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자위대 무장에 대한 비판을 요리조리 피하는 일본이다. 머리 아프다. 그래서 방위백서에 적힌 문자 그대로 따져보고 싶다.


백서는 파견 대상국과의 협의나 허가 등의 문구는 아예 제쳤다. 자국 외상과 방위상이 협의하면 “파견하고 자국민을 데려올 수 있다”고 못박았다. 육·해·공의 자위대원들과 각종 군장비를 동원한 입체작전으로 자국민을 안전하게 실어오겠다는 목적을 명확히 했다.


재외 일본인 수송 가상도


일본인 수송 훈련 모습=이상 일본 방위성



방위백서는 또 육상자위대의 ‘유도부대’ 개념을 “수송부대(자위대 항공기, 함정)와 함께 파견돼 현지에서 재외국민 등의 유도·보호 임무를 띤 임시 편성 부대”라고 규정했다. ‘유도 및 보호’하겠다는 건 전투지역이라면 무장하겠다는 얘기다. 그것도 외국에서. 

간 총리의 자위대 파견 검토 발언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해외에서 무력 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나 자위대법은 전투 지역에서의 자국민 구출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 해석을 크게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현행 자위대법은 방위백서가 말하는 것처럼 외국에서 재해나 소요 등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송기와 함선 등으로 자위대가 일본 국민을 실어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송의 안전이 확보됐을 때’로 한정하고 있다. 실제론 파견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위대는 현재 유엔 주도의 평화유지활동 등에만 제한적으로 파견되고 있다.

그래서 간 총리의 이번 발언은 연평도 사건을 이용해 1999년 ‘주변사태법’ 제정 이래 숙원인 자국민 피란을 위한 자위대 출병을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방위백서는 현재 해외 거주 일본인 수송을 위한 육·해·공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간 총리의 발언을 두고 “이렇게 한반도에 불안 요소가 생기면 민간이나 자위대를 포함해서 (일본이)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두뇌 체조(브레인스토밍)를 해둬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겠느냐”고 한 관방장관의 해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자위대 파견을 검토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미 검토했고 구체적인 훈련까지 하고 있으며 일이 터지면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는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게 방위백서의 요지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일본 육상자위대의 홍보 영상.


방위백서가 말하는 ‘일이 터지는 곳’은 구체적으로 어디를 지목하는 것일까. ‘안 봐도 비디오’다. 방위백서엔 탄도미사일 방어 등에 관한 언급이 있다. 미국과의 MD 공조체제를 강조하면서,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항목을 따로 싣고 있다.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일본의 전 각료가 비상대기하는 등 생난리를 친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도쿄신문은 일본이 유사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2만8000명의 피난을 위해 한국 측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이미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이 이 같은 계획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타진했는지는 적시하지 않았다.

방위백서는 재외 일본인 수송이 2007년 1월 본래임무로 지정됐다고 했다. 그 전에는 어떤 임무였으며 왜 본래임무로 전환됐다는 것인가. 
 
유사시 외국에 체류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안전하게 본국으로 데려오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일본은 경우는 다르다.  전범국가에 대한 '징벌'로 만들어진 평화헌법을 외면하고 타국과의 협의는 무시하며 무장한 채로 전투지역에, 더구나 지금도 일제를 향한 증오를 곱씹고 있는 한반도에 상륙하겠다는 식의 발상을 하는 일본은 그래서 요주의 국가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에 설익은 총리 담화를 발표하더니 이젠 자위대 출병까지 거론한다. 예나 지금이나 버릇 없긴 매한가지다.



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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