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카멜레온 짐 캐리는 무명시절 지갑에 100만달러짜리 수표를 넣고 다녔답니다. 돈도 못 벌었을 텐데 웬 100만달러냐고요? 물론 가짜 수표입니다. 자신이 직접 만들었죠. 언젠가 유명해져 진짜 100만달러를 지갑에 넣겠다는 꿈을 품은 것이죠.


일본 방송에선 ‘엔터테인먼트의 신’, 영화에서는 천재감독 소리를 좀 듣는 기타노 다케시(비트 다케시). 그도 과거엔 무명이었습니다. 그에게 성공의 척도는 자동차 포르쉐 구입이었습니다. 포르쉐를 모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빨리 저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답니다.


그는 성공했습니다. 그러곤 포르쉐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서 타보니, 하나도 재미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합니다. 왜일까요. 자신이 직접 포르쉐를 운전하고 있으면 ‘포르쉐를 탄 자신’을 볼 수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에게 운전하라고 시키고 고속도로를 달리게 했습니다. 자신은 택시 조수석에 앉아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그러곤 택시기사에게 자랑했습니다. “어때, 좋지? 저거 내 차야!”


과연 부자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가 쓴 <독설의 기술>(씨네21)에 잘 드러납니다. 요컨대 과거엔 손에 넣을 수 없는 물건이기에 동경하고 꿈꾸었는데 “점점 수입이 늘어나서 이것도 살 수 있겠다, 저것도 살 수 있겠다 싶어졌을 즈음엔 더 이상 아무것도 사고 싶은 게 없”어 시시하게 느껴졌다는군요. 유일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남에게 밥을 사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라고 합니다. 정말 배부른 소리로 들립니다.


그래도 국가의 부를 논할 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프리터,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젊은날의 아픈 초상이지만, 처음 이 말이 회자됐을 때 일본에선 구속받기 싫어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만 생활하는 젊은이를 일컫는다며 많이들 띄워주었죠. 선진국의 한 문화로 치부하면서 말이죠. 프리터가 늘고 있는 것을 두고 다케시는 “이런 걸 갖고 부유한 나라 소리를 듣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사실은 그저 사회의 에너지가 없어져가는 것뿐"이라고 꼬집습니다.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 사는 20대 중.후반 이후의 독신자를 지칭하는 패러사이트 싱글도 매한가지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부유한 나라란 “쓰레기 같은 인간들마저 먹여살리는 나라”이며 “도움이 안되는 놈들을 얼마나 먹여살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 나라의 실력”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은 물자가 풍족하면서도 이만큼 식품값이 비싼 나라도 드물죠. 다케시는 이런 일본의 ‘국부’라는 것이 심히 염려가 된다고 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어딘지 세련되지가 못하다. 이렇게 돈을 잔뜩 들이면서도, 토목건축업자에게 뿌려대는 게 다다. 참 돈 쓸 줄을 모른다. 절대 뜨지 못하는 예능인의 전형이다.”


“개개인을 보아도 일본인은 아무리 부자라도 놀고먹지는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배긴다. 요컨대 가난뱅이 근성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뭐, 원래부터 가난한 무사들로 버텨온 나라니까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는 또 나라의 부, 나라의 풍족함을 느끼기 어렵게 된 것은 주식이니 채권이니 하는 것들 때문에 돈의 실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돈은 그냥 아무런 실체가 없는 단순한 기호라고 지적합니다. 몇천조달러가 세계를 돌아도 우리는 어떤 것인지 실감이 안 납니다. 가령 억소리 나는 전셋집을 계약하면서 실제 억단위 현금을 만져본 사람이 몇 될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케시가 쓴 또 다른 책 <생각노트>(북스코프)를 보면 그가 잘나갈 때 한 달에 얼마나 벌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1년에 27억엔(지금 환율로 약 310억원) 정도 번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는 쓸데없는 낭비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돈에 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엄격하게 교육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돈 가지고 어머니에게 이런니저러니 말했다가 죽도록 혼났다고 하네요. “누구든 돈을 갖고 싶어 하지만 그런 것에 휘둘리면 인간은 천박해진다는 것”이 다케시 어머니의 지론이었습니다.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는 소리겠지요.


“인간이란 아무리 폼을 잡아도 한 꺼풀 벗기면 욕망의 덩어리일 뿐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 한 꺼풀의 자존심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문화’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하류’로 여기는 천박함을 왜 깨닫지 못하는 걸까? 부자 행세를 하고 싶은 일념으로 명품 가방을 할인 판매하는 날이면 눈빛이 달라지는 천박함을 왜 이제 아무도 비웃지 않게 돼버린 건가.”


미국에 거주하는 반체제 성향의 중국 문예이론가 류짜이푸가 “재산이 세계의 중심”이 된 현실을 꼬집은 대목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는 <면벽침사록>(바다출판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재산이 한창 인간을 좌지우지하고,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을 통치하고, 인간을 압박하고 있다. 현실적인 이익이 한창 개성과 양심을 통째로 먹고 있다. 모든 사람이 ‘재산’이라고 하는 절대적인 중심을 에워싸고서 빙빙 돌고 있다. 모든 지혜가 재산을 만드는 기계에서 소모되었다.”

다케시가 휴대전화와 인터넷 세상이 주도하는 현 시대의 초상을 ‘인류 총노예화 음모’로 보는 시각도 이 연장선에 걸칠 수 있겠습니다. 현대인들이 휴대전화와 인터넷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과거엔 없어도 잘만 살았는데 지금은 곁에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는 점을 꼬집은 것이죠. 더욱이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 누군가는 혼자서 싱글벙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누군가는 통신업자를 가리킵니다. 통신업자로선 사람들이 말을 할 때마다 새어 나오는 입김이 돈다발로 보일 것이라고 다케시는 말합니다.


“옛날에는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려가며 공물을 징수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만 주면 모두들 열심히 돈을 낸다.” 

실체가 없는 글로벌 경제를 언급하면서 다케시가 가장 위대한 존재로 꼽은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민중”입니다.

다케시는 동일본 대지진이 터진 후인 올해 6월 일본인들이 나라를 맡기고 싶은 인물 1위로 꼽힌 바 있습니다.
당시 간 나오토 총리는 19위에 머물렀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응답(17위)이 간 총리를 앞섰습니다.

지진에 놀란 일본인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에 나라 맡겼으면”
 
<나꼼수>가 말하듯, 난세엔 독설이 통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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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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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랑검객 2011.12.08 0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약 이 양반이 총리가 되면 일본에 배틀로얄법을 신설할 것 같은........

    중딩들을 고립되게 해 놓고 1명만 살아남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