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복구작업에 투입된 자위대원, 경찰관들의 ‘참사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라는 소식.

산케이신문 <이미 한계다. 집으로...>

 

쉴 틈 없는 복구작업은 잔혹함 그 자체다. 복구 기미는 보이지 않는 데다 매일 죽은 자들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피해지역에 파견된 자위대원을 포함한 국가공무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STD)가 속출하고 있다. 궤도를 벗어난 행동도 서슴지 않아 관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한계입니다.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니시니혼의 육상자위대 소속 장교는 이같이 적힌 부하의 소원수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지진 직후 피해지역에 들어가 지금까지 수십명의 시체를 수습한 한 대원은 건물잔해 밑에 깔린 피투성이의 젊은 여성과 어린 아이를 발견한 날엔 “만일 이게 내 아내와 아이였다면”이라는 생각에 야영지 텐트 안에서 밤마다 가위에 눌린다고 한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9200여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지금도 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육체적 피로 는 그나마 견딜 만하다. 말로는 표현 못할 만큼 처참히 훼손된 시체를 만지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경험한 자만이 알 것이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미야기현에서 시체 수습 임무를 마치고 통상업무로 돌아온 한 해상자위대원(31)은 3월20일 비디오가게에서 하반신을 노출해버렸다. 그는 현행범(공연외설혐의)으로 체포됐다. 그는 다시 피해지역으로 투입될 예정이었다. “다시 가기 싫다.” 그는 체포되면 현장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드물지만 그래도 방위성 등 관련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사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먹칠을 당할까 우려해서다. “피해복구 지원 활동으로 정신적 쇼크를 받아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방위성은 지진피해 복구작업에 투입된 자위대원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건강상태를 살필 것을 하달했다.


경찰청도 이와테, 미야기, 후쿠시마현 소속 경찰관 등에 대해 임상심리사 등 전문가와의 면담을 추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기왓장 등 건물 잔해가 떠도는 바다를 수색, 희생자를 찾는 해상보안관들의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대지진 발생 1주일 후 해상보안청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피해지에 투입된 잠수사와 순시선 승조원 등 1600여명 가운데 약 10%에 대해 “관찰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현장의 참혹한 광경이 자꾸만 떠오른다”는 등 PTSD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선 한신 대지진이나 도쿄 지하철 사린사건(오옴 진리교 사건), 니가타 소녀 감금사건(초등 4년 때 행방불명돼 19세 때 발견된 유괴사건) 등이 발생한 후 피해자들이 PTSD 증상을 보여 그 심각성이 부각된 바 있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 투입된 자위대원은 10만명에 이른다. 전대미문의 재앙이 닥쳐 동원되는 자위대원 수는 지진 발생 후 계속 증가돼왔다. 애초엔 생존자 수색이었지만 숨쉬는 실종자를 찾는 일은 포기한 지 오래다. 한 명이라도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신을 찾고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그러나 복구 작업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도호쿠 지방의 2500만t에 달하는 잔해를 처리하는 데만 3~5년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스트레스를 못 이긴 공무원들의 일탈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日 원전사고 두 달]잔해 처리만 3~5년 소요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은 자위대가 이번 참사 복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이 위축돼 있던 자위대 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그 활동이 지나쳐 자위대가 평화헌법이 정한 길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도쿄전력에 대해서는 비난 일색이지만 자위대는 호평을 받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자위대 위상이 올라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데 올라간 위상만큼이나 그들의 아랫도리가 내려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 기약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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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kj 2011.05.12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과거 나치가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서 점렴지에서 즉결 처형을 곳곳에서 자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미쳐버리는 나치군인들이 많았죠. 그래서 만든게 수용소지요.
    문득 생각나네요.

    • 경향교열 고영득 2011.05.12 14: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구제역 재앙 때 살처분에 투입된 공무원들도 심한 충격을 받았다지요. 일부는 자살까지 했고요. 살아있는 자가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거나, 주검을 계속 보다 보면 자신조차 살아있는지 죽은 존재인지 헷갈리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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