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 후쿠오카현 경찰 홈페이지에 보기 드문 ‘공지’가 떴다.


“수류탄 주의!”


다양한 형태의 수류탄 사진을 싣고선, “수류탄은 살인 무기!”라는 다 아는 사실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반경 10~15m 이내에선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다며 수류탄의 위력도 경고했다. 아울러 “밟지 말고, 만지지 말고, 걷어차지 말라”며 발견 시 재빨리 피하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당부했다.


이례적인 호소다. 왜일까. 후쿠오카현경 형사총무과는 “수류탄을 사용한 범죄가 급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이 같은 호소는 “전대미문”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하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현지 신문 보도를 들춰봤다.


최근 2개월 사이에 후쿠오카현 내에서 수류탄 관련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다. 이 가운데 2건은 현지를 대표하는 기업 대표를 노린 수류탄 테러여서 충격을 준다.


3월5일. 후쿠오카시 히가시구 ‘규슈전력’ 회장 자택 차고에서 수류탄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폭발이 발생, 차고가 박살났다. 같은 시 주오구의 ‘서부가스’ 사장 자택 현관 앞에서는 안전핀이 뽑힌 상태의 수류탄이 발견됐다. 수상하게 여긴 가족이 무심결에 건드렸다. 하지만 운 좋게 폭발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 현지 조직폭력 조직이 관여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4월6일엔 한 지정폭력단 본거지 근처에서 차가 전봇대에 추돌하면서 불타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 안에서는 조폭 2명의 시신과 수건으로 말린 수류탄들이, 사건현장 근처에서는 권총이 발견됐다. 4월15일엔 노상에서 수류탄이 발견됐다. 차체에 긁힌 흔적이 있었다. 자칫 폭발로 이어질 뻔했음을 보여준다.


테러 타깃이 상대 조폭이 아닌, 민간인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후쿠오카 공안위원회는 “단호한 결의로 조폭 범죄의 박멸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후쿠오카현 공안위의 성명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공안위는 “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이러한 비열한 범행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경찰에 사건 조기해결과 조폭범죄 억지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후쿠오카에서 계속 흉흉한 사건이 터지자 니시니혼신문의 한 기자는 칼럼에서 한숨을 토하기도 했다. “설마 했다. 그런데…”라고 말문을 연 그는 4월24일 밤 조폭 간부가 살해된 후쿠오카시의 한 맨션 주차장을 떠올렸다. 그가 얼마 전까지(4년간) 살았던 곳이 살인사건 현장이 된 것이다. 간부 이름을 좇다 보니 살해된 조폭 간부의 아들과 기자의 아들은 학교 친구였다. 조폭 간부는 운동회 때 자리까지 잡아준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이 기자는 회상했다. “폭력단원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살해된 그 조폭 간부는 이 기자와 동갑내기였다.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3월에 발생한 전력회사 사장 집 차고 폭발사건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는 “사회가 폭력으로 넘치고 있다. 특히 후쿠오카는 정상이 아니다”라고 갈무리했다.


아이러니하다. 후쿠오카는 두 얼굴을 가진 도시라는 점에서.


규슈 제1의 도시 후쿠오카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의 하나로 꼽힌다. 항공편이 편리하고 바다와 산 등 자연과 신선한 음식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알리고 싶지 않은 얼굴도 있다. 조폭 범죄 다발 지역이다. 총기 사고 발생건수는 2008년까지 후쿠오카현이 전국 최다였다. 그 후에도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후쿠오카현 경찰은 작년 처음으로 경찰본부 형사부 내 조직을 격상시켜 ‘폭력단 대책부’를 설치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젠 수류탄이 말썽이니 설상가상이다. 


또 아이러니하다.


13세기 원나라 쿠빌라이칸은 3만3000명의 군대를 이끌고 규슈 북부를 침공했다. 이때 원군은 ‘데쓰하우’라는 무기를 썼다. 직경 16-20cm, 무게는 4-10kg으로 ‘震天雷(진천뢰)’라 불리기도 했던 이 놈이 바로 일본에서 처음 사용된 수류탄이었다고 한다. (아래 그림)


부산에서 고속선을 타고 3시간가량, 비행기로도 1시간이 채 안 걸려 지리적으로 방문하기 꽤나 쉬운 규슈 후쿠오카.  


우리 외교부도 후쿠오카 여행 시 수류탄을 조심하라는 주의보를 발령해야 하나.

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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