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한 번 내리시면….” 3월15일 미야기현 센다이에 도착한 날 저녁, 센다이의 한 비즈니스 호텔 측은 이렇게 말끝을 흐리더니 “다음날 아침까지 물이 없습니다”라고 친절하게 경고했다. 


변기만 그런가라고 생각했다. 비를 맞은 터라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샤워는 사치라는 걸 알아차리는 데는 채 5분도 안 걸렸다. 짐을 간단히 풀고 혹시나 해서 욕실 수도꼭지를 틀었다. “헉!!” 시뻘건 물이 “촤악~! ” 녹물이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인천공항에서 현지에 먼저 투입된 선배와 통화할 때 선배가 “여기 올 때까진 관광한다는 생각으로 맘 편하게 와라. 여기에 오면 상황이 아주 많이 다를테니깐”이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 선배 역시 사흘째 샤워를 못했다고 한다. 물뿐만 아니라 먹을거리도 최악이었다. 편의점은 물론이요 식당, 술집…, 문을 연 곳이 없다. 그래도 희망은 보였다. 선배 왈 “호텔에서 아침은 준다.”


센다이시의 한 비즈니스호텔 측이 제공한 아침식사.


호텔 측이 제공한 아침식사다. 가까이서 찍어 커 보이겠지만 주먹밥은 아기 주먹 크기다. 더 이상은 없다. 1인당 주먹밥 1개와 된장국뿐. 혼슈 최북단인 아오모리의 한 비즈니스호텔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주먹밥 2개를 준다.


호텔이 이 지경인데 지진현장이나 대피소는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지진이 일어난 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다. 신경이 온통 후쿠시마 원전으로 쏠려 있지만, 그래도 피난자들의 생활은 그나마 나아졌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  


피난자에 대한 지원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산케이신문 보도. 지원물자가 남아도는 대피소가 있는 반면, 식수도 부족한 상황에서 주먹밥으로 연명하는 피해자가 있다는 얘기다.

필요한 건 음식인데 불필요한 물자가 전해지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대지진 후 3주가 지난 지금 지자체와 지원단체는 '격차해소'라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고 산케이는 지적했다.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오시카반도. 주민 80여명이 대피해 있는 자동차정비회사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닿고 있다. 피난자들은 바비큐 요리를 먹고 있다. 야키소바 가게도 들어섰고 술도 나돌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민간단체의 지원도 이어져 식료품은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쪽에선 단무지와 주먹밥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2명의 노부부가 있었다. 주먹밥 이외 지자체가 배급한 지원물자에는 유아용 기저귀까지 들어 있었다.

물자가 도착해도 피난자들의 손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물자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다음날 가보면 이미 다른 단체가 지원한 식류품 등이 도착해 있는 경우도 있다. 당국과 지원단체 간의 정보공유가 원활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 지원단체는 물자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곳을 직접 찾아 나설 것이라고 한다.


한 달이 다 돼가는 3.11 대지진. 복구의 길은 요원해 보인다.


아사히신문


 

Posted by 경향교열 고영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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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5 2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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